영상 4분 7초에 보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와요.
책을 출간하며 유명세를 누립니다.
이 문장에서 이상한 점을 찾으셨나요? 아마 뭐가 이상하다는 말인지 의아해 하는 분이 많을 듯해요.
유명세는 누리는 게 아니라 치르는 거예요
흔히 유명세를 '유명한 사람이 누리는 인기와 이에 따른 영향력'이라는 의미로 사용해요. 이건 아마도 유명세의 '세'를, 권력이나 기세를 뜻하는 한자 勢(권세 세)로 이해하기 때문일 거예요.
이런 쓰임과는 달리, 유명세라는 단어에서 '세'는 세금을 의미하는 稅(세금 세)예요. 유명해졌기 때문에 내야 하는 세금 같은 거라는 뜻이죠.
따라서 유명세는 누리는 게 아니라 치러야 하는, 피하고 싶은 무언가를 가리키는 단어임을 알 수 있어요.
부정적 의미로 사용해요
다시 위 문장으로 돌아가볼게요.
영상에서 저 문장은 '제임스 쿡'이라는 영국인 탐험가가 하와이를 발견했던 경험을 책으로 출간하여 유명해졌다는 내용을 전달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렇게 바꿔야 의미를 올바로 살릴 수 있어요.
책을 출간하며 인기를 누립니다.
이 문장이 심심하게 느껴진다면 다음과 같이 쓸 수도 있겠죠.
책을 출간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얻습니다.
유명세라는 단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쓰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부정적인 맥락에서 써야 해요.
그 사람은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숨겼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신의 그런 행동을 책으로 출간하는 바람에 전국민이 그의 잘못을 알게 되었고, 이 때문에 팔자에도 없던 유명세를 치르게 되었다.
그럼에도 말은 계속 변해요
말이란, 죽어서 굳어버린 화석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생물체와 같아요. 언제든 의미가 바뀔 수 있죠. 유명세를 영향력이라는 의미로 쓰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그 기간이 길어지면 결국 사전에서도 유명세(勢)가 유명세(說)를 밀어내고 한자리를 차지할지도 몰라요.
그럼에도 씁쓸한 마음은 감추기가 어려워요. 특별한 경험 또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흐름 때문이 아니라 그저 단어의 뜻을 잘못 이해한 채 사용한 결과로 그 의미가 바뀐다는 점이 아쉽다고 느껴지거든요.
여러분은 이런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시나요? 자연스러운 변화니 당연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다시 올바른 의미로 쓰도록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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